너에게로 가는 길

 

 

나는 너에게로 가는 길을 모른다

네 빗장 열고 동굴을 들여다보면

허허로운 바람소리만 쉼 없이 들리고

알 수 없는 우수가 아득히 깔려 있을 뿐

나는 모른다

네 크고 둥근 동굴 속에

여전히 낙서하지 않은 하늘과

새파란 바다가 같혀 흐르고 있는지

네 동굴에도 나와 같은 상처가 괴어

네 몸의 골목마다 아픈 흔것을 남겼는지

나는 모른다

우리가 버텨온 세월의 굽이만큼

마디마디 너에게도 꼬이고 곱씹은

치욕이 얼룩져 있을까

그리움으로 통하는 동굴 앞에서

서투른 암호를 대어도

끝끝내 나는 들어갈 수 없다

네가 나에게로 올 수 없듯

나는 너에게로 가는 길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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