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목마

 

 

목마를 타고 우리는 떠난다

애매한 웃임만 남긴 채 바삐 돌아간다

나는 붉은 노새를 타고 돌고

소년은 흰 말의 머리채를 잡고

아저씨는 얼룩말 등에 웅크려 가고

조랑말 안장에 몸을 실은 어린 소녀는

소년 뒤를 쫓아간다

빙글빙글 어지러운 세상

우리는 그저 서둘러 돌고 또 돌아간다

또다시 얼룩말이 절뚝거리며 스쳐가고

나는 손짓 인사를 하지만

말 등에서 내려와 악수 할 순 없다

아저씨는 어지러운 듯 그만 나가려 하고

어린 소녀는 손을 뻗어

소년에 의지하려 하나

끝내 손끝에 닿지 않는다

더 멀리도 더 가까이도 아닌

모호한 간격으로 우리가 결박되어 있음을

목마는 알려줄 뿐이다

나는 회전축에 매달려 윤회하는

목마 위의 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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