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초입

 

 

후덥지근함이 떠난 뒤의

하늘은 너무 투명하여 두렵고

잎새들은 경건히 쑥부쟁이 꽃을 떠받치며

따가운 햇살에

꽃술은 탄내 나는 향기를 뿜어낸다

오랜만의 차분한 너그러움 속에

제 몸 갉아대는

귀뚜리의 고별의 탄주가 애처롭다

가을은 스스로 깊어지고

떨어지는 것들로 하여

나를 쓸쓸하게 한다

그냥 떠난 사람들이 되올 것 같아

자꾸 서성거리는 일자산 해돋이 길은

가랑잎 추억들을 산감처럼

붉게 익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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