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날
음울한 겨울날은 말 건네기도 싫어하는 노인네 같다
그는 힘차게 흐르는 미사리 강물에 귀 기울인다
성급하게 흘러가는 강물의 힘이
분수 모르고 헛된 것으로 여거진다
겨울날은 비웃듯 침울한 눈을 뜨고 햇빛을 더욱 아끼며
싸라기눈만 내리게 하고는 제 얼굴을 가린다
웬 갈매기의 날카론 울음소리
억새밭 앙상한 갈비뼈를 관통하는 칼바람이
늙어 저문 날의 허망에 잠긴 그를 깨운다
그 모든 세상의 부질없는 소란이
그에게는 헛되기만 하다
침침한 겨울날은 아무 말 없이
어두워지기까지 싸라기눈만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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