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3시

 

 

벌거숭이 공간의 밤 세시를 지나고 있다

무슨 고통도 치열함도 아닌

지나친 엄살과 비명 가득한 일상의 페이지를 접고

나는 어둠 쌓인 밤을 들추고 부스스 일어난다

엊저녁 석쇠에 군 전어 생선 가시처럼

씹지도 뱉지도 못한 난감한 잡념들이

결론도 없이 헝클어져 뒤숭숭히 잠 깨는 것이다

잠꼬대 같은 내 눈은 침침하다

사는 일의 수고를 접고

살덩이 밖으로 온종일 아우성치던

피의 욕망을 재우고

다만 순한 짐승의 다소곳함으로

적막 앞에 바로 앉는다

누군들 간절한 사연 없이 죄업을 살았겠는가

추억의 향기도 미래의 환상도 허깨비일 뿐

나는 이 순간 뒤숭숭한 잡념에 몽롱한 채

깊은 밤 세시를 지나고 있다

'바람 길 - 송인준 시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날  (0) 2017.07.02
눈보라 치는 저녁길  (0) 2017.07.01
허깨비의 산보  (0) 2017.06.29
장례식장을 나오며  (0) 2017.06.28
안개지역  (0) 2017.06.2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