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잎 엽서
가랑잎은 누가 보낸 엽서인가
수취인도 봉인도 찍히지 않았으니
누구라도 읽으라는 것이다
한 뼘 땅 위에 조용히 누워
무슨 깊은 사연 있는지
그 변두리를 가늠할 수 없다
한 계절 삶의 총량을
누런 갱지 반 조각으로 압축한 편지일 뿐
가장 소중한 것은
어떻게 발음할 수 없어 글귀는 없다
다만 지극한 사랑은 침묵으로만 보여줄 수 있다는 듯
보낸 이의 숨결처럼 실핏줄만 새겨져 있다
종이 한 겹의 두께 속에도
떫은 시간들은 발효되고
죄의 살들이 모조리 빠져나가
소멸조차 이렇게 향기로운가
가랑잎 엽서는
하늘이 보내는가 땅이 보내는가
나는 모르고
다만 경서 한 장 가볍게 지는 것을 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