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한 풍경

 

 

안개 속을 거닐면 막막하다

길섶 덤불과 돌들은

저마다 외롭고

나무도 서로를 볼 수 없으니

모두가 혼자다

안개는 달리는 자동차와

그 자동차 소리도 나누어 놓는다

아직 밝던 시절엔

친구로 가득했지만

지금 안개 자욱이 피워올라

누구 한사람 뵈지 않는다

안개는 풍경을 지우고

단지 새로운 풍경을 그릴 뿐

어둠은 어쩔 수 없이

우리를 모든 것에서 가만히 떼어 놓는다

안개는 그렁그렁 눈물의 침묵

침묵의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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