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 산길

 

 

힘겹게 오르던 젊은 날의 산길은

내 키에 몇 자는 넉넉히도 더 자란

참나무 숲에 나 있었다

어느 해 여름이던가

두 손 가득 도토리 쥔 손에 밴 땀만큼 씹어낸

산수유 붉은 열매의 떫고 신물은

길섶 나리꽃에 취한 내 어린 미소의 보조개에 괴어

노을 든 구름에 간 뒤

좀처럼 오지 않는 내 마음의 술잔에

가득히 넘친 날이 있었나니

매가 돌며 내려 보는 공중 아래 草家위로

밥 짓는 연기 솟아오를 때

다 피고도 남은 꽃 위로 부는 바람 어디쯤

내 마음 머물러

젊은 내 희망은 생솔가지 타는

매운 연기로 솟아 놓지도 붙잡지도 못한 채

눈물로 쓰라리며 산을 내려가곤 했었다

젊은 날의 그 산길은

내 키에 몇 자는 더 자란

참나무 숲에 나 쓸쓸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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