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에 눕고 싶다

 

 

유리창 밖 어둠을 응시한다

왜 있지 않은가

뒷켠 감나무 잎새에 매달린 원색의 어둠들이

작은 바람에도 뛰어 내려와

사랑방 툇마루에 두텁게 드러눕는

울컥 그 짙은 어둠이 사무칠 때가 있다

앞 동의 빌라 벽에 불편히 매달린

도시의 어둠은 지쳐 있다

빨랫감처럼 후즐그레 하고

빵꾸가 난 곳도 있다

방범등 휘엉한 불빛에 쫓겨난 어둠들은

어디에 널브러져 있는가

나는 때로 죽음보다 깊은 진한 어둠

어떤 형상도 뵈지 않고

나조차 누구인지 가늠할 수 없는

어둠의 어둠 속에 묻히고 싶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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