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不在한 봄



내가 살아 걸어가는 것을

기록하지 않는 봄은

봄이 없는 것이다

길섶 나무가 잠시 꽃을 낳았다가

향기만 던지고 꽃이 죽어 오간데 없으면

나무에게 봄은 삭제 된 것

단지 꽃이 내어준 향기는

보이지 않는 길이 되어 벌 나비가 산책하고

어느새 그 길 위에 세상은

헛된 바람으로 들끓고 있다

더 파래진 하늘의 자궁에서

새털구름은 뜨겁게 산란하다

이 봄을 밟고 이 몸을 핧고

쏜살같이 지나가는 봄날 앞에

들풀들은 못다 이룬 꿈들을

뿌리로 내려 단단히 박을 뿐

지저귀는 새들을 카메라로 빨아 드리면

봄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새들의 영혼만 숲으로 간다

봄이 누락된 것들은

여전히 겨율 바닥에 엎드러져 있는데

바람이 조용히 부풀어 오른손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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