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夜

 

 

파도 거센 바다의 새벽 열 때까지

일상의 왁자지껄 어수선이 눈뜰 때까지

그는 독주에 취한다

도시는 병 깊어 몸 비틀고

곰팡이 더미 속 한 개 검불 되어

그는 썩어가며 출렁인다

탁류에 휩쓸리며 얼룩의 시간을 준설한다

흐르는 세월을 되짚는 허망으로

힘겨움이 그를 다스릴 때

그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면서

풍랑의 밤바다 목로에 앉아

낯익은 듯 낯선 사람과

독주를 나눠 마신다

바람 부는 쪽으로 몸 눕히며

술은 드센 파고의 근심을 잊게 한다

밤바람의 우수를 씻어준다

바다의 거친 새벽 동틀 때까지

술은 밤바다와 함께 그를 취하게 한다

 

'바람 길 - 송인준 시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혹스런 나무  (0) 2017.08.27
가을 빗길  (0) 2017.08.26
어떤 술자리  (0) 2017.08.24
우울한 날의 율동  (0) 2017.08.23
나무들 흔들리다  (0) 2017.08.2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