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당화

 

 

붉은 정념을 드러냈다

긴 밤 궁궐 깊숙한 규방에 갇혀

님 그리워 울던 조선 여인네처럼

바람 소리에도 두 귀 눈 뜨고

총총한 별빛 우러러

바늘로 쪼은 허벅지의 혈흔 모양

피보다 붉은 마음을 억제할 길 없다

아아 그러나

떠도는 님은 한 줄기 바람이거나

썰물로 빠져나가는 먼 곳의 바다리라

촘촘한 가지 잎사귀의 창살 틈으로

살포시 얼굴 내미는 꽃 고혹스럽다

너는 관능의 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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