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어귀에서
땀 범벅된 몸뚱아리 데리고
산성 어귀를 나올 때
지금껏 말 한마디 없던
물소리 하나 따라 나온다
문득 먼 곳의 사람 그리워
산중을 뒤돌아보면
뒤늦게 번져오는 산벚꽃
온 산을 밝히려 애쓰지 마라
오랫동안 가슴에 심어둔 꽃씨
피우지 못하고
끝내 못한 말 한마디는
벌써 녹음으로 짙어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