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풍경

 

 

골목은 능상 겨울 같은 동굴이다

공용 화장실이 있는 방부터 베란다가 있는 곳까지

줄지어 반짝거린다

구멍가게 간이식당 선술집 포장마차가 즐비한

얼어붙은 골목에도

더러 속옷을 훔쳐 가거나

창문을 엿보는 눈빛 덕분에 활기를 찾기도 한다

사람들은 한데 모여 취업을 걱정하거나

청춘보다 비싼 방값을 이야기한다

닭다리를 뜯으며 값싼 사랑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사람들이 나눈 말들은 어디로 가 열을 식히고 있는지

문을 닫으면 적막보다 더 적막해지는 골목에는

전봇대 우체통 방 문짝 변소까지

전단지가 골목의 각질로 붙어있다

이것들은 어쩌면

균형을 잡으려고 안간힘 쓰다 굳어버린

희망의 흉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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