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항
어선들이 고단한 항로를 끌고 밤 늦게 입항하면
육지바람을 맞받아 달려가는 파도만
푸르렀던 어제를 노래한다
저 지난 연안부두의 으슥한 횟집에서
소주잔에 파닥이던 지느러미들의 황홀한 꿈은
지금 밤안개로 막막히 뭉개지며
아직도 풍랑 한복판에 드리운 그물을 거두지 못한 채
우리는 불안한 밤바다로 다시 돌아온다
갑판 위의 한 무더기 잡어만큼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우리의 꿈 무더기를 비켜서는 달무리엔
희뿌옇게 내일의 그림자가 흔들리고
별빛 누운 밤바다의 깔아놓은 저인망 안에서
쉴새 없이 자맥질하던 우리의 꿈은
새벽처럼 더디게 온다
돌아올때면 언제나 뱃전을 밝혀주던 등대
우리들의 귀항이 결코 마지막 정박이 아님을
하늘 높이 희망 올리고 새벽까지 타오르던
등대는 어디 있는가
저 포구의 희미한 불빛을 쫓아 부두 쪽으로
반겨줄 이 없는 接岸을 위해
지금 우리는 또다시 묵묵히 키를 잡고
늦은 밤바다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