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기억
더러워진 손바닥을 부비며
나무들은 밤새 서서 용서를 빌었다
아니 나무들 근처에서 네가 숨죽여 울먹이고
기다린 다리를 끌고 어딘가 사라지던
네 발자국 소리로 소스라쳐 꿈 깬 뒤
뜬 눈으로 나는 아팠다
아침 젖은 나무들 사이 어디에도 기척은 없고
잔뜩 말을 삼키고 있는 그 나무들이 두려웠다
말들은 목구멍 속에 잠기고
그 좁은 길목 따라 길을 갈 때도
곁에선 나무들이 불쑥 손을 뻗어
나를 어둠으로 내동댕이칠까 두려웠다
나는 말을 삼키고 식은땀이 났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