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새는 새장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매번 창살에 머리 부딪치고 날개를 상하고 나서야
창살 간격보다 더 큰 자신의 몸뚱어리를 본다
날개를 두 다리에 굳게 매달아 놓는
간격은 슬프다
그 간격에 쓸데없이 붙어 있는 살은 더 슬프다
힘차게 뻗을 날개가 있고
날개를 떠받쳐 줄 공기도 있지만
새는 단지 네발 달린 짐승처럼 걸으려 한다
부지런히 먹고 부지런히 걸어서
몸이 날개보다 커지고 날개가 귀찮아질 때까지 걷는다
그래서 새장 문을 열어 놓아도 닭처럼 날지 않고
모이를 향해 달려 갈 수 있을 때까지 걷는다
걸으면서 가끔 창살 사이의 바람을 부리로 쪼아본다
아직도 벽이 아니고 공기라는 걸 확인하려는 듯
마음만 멱으면 언제라도 밖으로 나가
자유롭게 날을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
새는 창살 밖으로 나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