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가에 서서




연못의 고인물을 본다

평안해진다

햇살이 번지고

나뭇가지가 비스듬히 비치고

날아가는 새 그림자가 잠긴다

내 얼굴도 들어있다

늘 혼자이던 내가

그들과 함께 있는 것이다

누가 더 높지도 낮지도 않고

생긴 그대로 같이 있다

모두가 다정하고 아름답다

그 안에 나는 거꾸로 서 있다

거꾸로 서 있는 것이 제 모습인 양

나는 힘들지 않다

산도 곁에 거꾸로 누워있다

늘 두리번거리며 허둥대던 내가

저 세상에 건너가 있는 듯

무심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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