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바귀




혀끝을 엉기는 향기는 싫어서

미지근한 것은 더 싫고

달콤하기도 싫으니

나는 그만 온몸에 쓴 냄새를 지니고 산다

값싸게 웃기 싫어서

저만치 돌아앉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오늘도 여전히 바람은 수런대는데

눈물 줄줄 흘리며

아무 데나 매달려 하소연하기 싫어서

온몸에 툭 쏘는 풋 냄새 풍기며 지낸다

눈웃음치며 네 옷자락에 매달려 스미는

봄바람이 싫어서

꽃잎 한 개 날리지 않고

제자리에 하얀 뿌리박고 자란다

머리부터 뿌리까지 온 통의 쓴 냄새는

뒷골목 어느 가난한 사람의 빈창자 속에 들어가

맹물로도 활활 피를 만드는 노여움이나 될까

네 코끝을 적시는 씁쓸한 향내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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