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진 이후

 

 

목련꽃 지는 모습 지저분하다 말하지 않으리라

하얀 눈밭도 눈 녹으면 검게 질척일 것을

지는 모습까지 다 아름다워야 할 것은 아니다

그대 향한 내 사랑의 끝이

피어나는 꽃처럼 황홀해야 하는가

동백꽃뭉텡이 한순간에 지워지는 붉은 殉教여야 하는가

돌아보라 없는 것이 더 좋았을 기억의 비듬들이

타다 남은 彎文처럼 흔들린다 하여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사랑해 버렸으므로 사랑하므로

그대 향해 뿜어내는 열정이

딱지로 엉켜서 상처의 흔적이 된다 해도

서둘러 붕대로 싸 감지는 않으리라

삶의 깊이에 파고드 문신이니

오래 신열 앓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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