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영그는 열매




산과 들의 풀잎 나무들은

뙤약볕에 한 나절씩 그을리고

굵은 빗방울에 잠 설치더니

바람에 머리카락 날리며

이리 휘고 저리 눕고 하더니

그렇게 낮과 밤을 군소리 없이 맞고 보내며

그저 그런 듯 무심히 세상에 널려있더니

그런 와중에도 남몰래 열매 속에 속살을 키워왔는가

이파리마다 푸른물 붉은물을 부지런히 보내며

잠시 쉬지도 놀지도 않고 그러더니

청명한 날 토실토실한 열매 매달고

아롱다롱 버티고 서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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