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물과 공기의 경계에서
점박이 나비가 춤춘다
벌개미취꽃에 앉은 나비같이
사내는 흐릭한 물속을 응시한다
오래 들여다보면
오른손에는 삶을 왼손에는 죽음을 움켜쥐고
쩔뚝이며 온 숨막힌 세월이 흘러간다
사람도 사랑도 그렇게 갔다
어린 날의 호드기 소리도
바람과 함께 실려 가고
물살 뿌리치던 시간도
손끝에서 떠 내려 간다
이제 사내는 눈도 입도 막고
귀마저 닫으며
두 팔 날갯짓을 멈추려 한다
꽃술을 빠느라 정신이 팔린 나비를
두 손가락으로 붙잡아 들어 올리듯
누군가 사내를 물 밖으로 꺼내리라
나비는 더듬이에 영혼을 싣고
꽃잎을 떠나 막막한 공중으로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