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길 - 송인준 시집
안개지역
TiGeR.K
2017. 6. 27. 11:00
안개지역
겨울 거리 안개가 자욱하다
가로등은 자꾸 아래로
불결한 꽃잎들을 떨어뜨리고
사람들은 가로등 아래
몸을 감춘 채 뭐라고 중얼댄다
사람들의 차가운 심장 밖에서
스멀스멀 자라는 안개 속을
보이지 않는 말들이 낭자하게 흘러다니다
끝내 허공에서 죽어 사라진다
보이지 않고 서로 만나지 못하는 것은
안개 탓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무도 사람들 탓에
안개가 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다
언뜻 한 사내가 호롱불을 받쳐 들고
어둔 길목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