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길 - 송인준 시집
맞서는 나무
TiGeR.K
2017. 9. 23. 11:25
맞서는 나무
바람 불면 잎새들은 흔들거린다
흔들거릴 때 나무들의 살아있음을 느낀다
잎맥마다 햇빛을 다스리며 허공에 가꾸는 춤
그 무한한 생명의 풀렁임을 본다
잎사귀마다 가슴 열어 숲 공기를 맞아들이고
부드러운 안개로 몸을 씻는다
갑자기 먹구름 지나고 바람 세차지니
아마도 오늘 밤 작은 폭풍이 올 것 같다
그 난폭한 바람에 연약한 꽃들은 죽어
비명의 새벽 산기슭에 버려지고
네 입술 깨문 신음소리 들릴 때까지
잎새들은 밤새 수런대며
나뭇가지들도 억센 읩지로 꿈틀댈 것이다
나는 오늘 밤 바람 부는 대지 한끝에서
나를 뚫고 지나갈 사나운 바람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