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길 - 송인준 시집

희망이라는 것

TiGeR.K 2017. 9. 18. 08:43

희망이라는 것




네가 자꾸 나를 시험한다

아침에 깨어나 또 속았군 하며 쓴웃음을 짓는다

가슴이 쓴 소금으로 서걱대고 눈물이 글썽해진다

하늘은 여전히 어둡고

나는 설탕 타지 않은 커피를 마신다

내가 한 발짝 자가가면 너는

새침데기 손녀 유리처럼 한 발짝 뒤로 물러선다

너는 나에게 자주 상처를 입힌다

네 현란한 몸빛이 주는 횡포리라

그러나 그것을 죄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도 희망은 좋은 것이다

너는 가슴에 묻어둔 쌈짓돈 같은 것

그래서 나는 새로 시작할 수 있다

언제나처럼 네가 열어젖힌 아침을 보낼 것이다

나는 천천히 문을 열고 창문을 닦는다

새로 화분에 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