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길 - 송인준 시집
상수리나무
TiGeR.K
2017. 9. 7. 09:00
상수리나무
상수리나무는 그냥 참나뭇과에 속하는 나무였다
봄에는 새잎을 피우고
가을 두ㅚ면 검은 가지 마른 이파리
바람에 내맡기는 나무였다
찬 서리 내리면 단지 뿌리로 생명을 보내
다음 해 열매를 기다리는
그저 산의 질서에 순종하는 노예였다.
어느 날 상수리나무는
영원히 눈 감지 않는 환상을 품게 되었다
강 건너 신비로운 신기루를 보고
자신의 몸과 잎새는 신령으로 타는 불길임을 자각했다
몸과 잎새가 불사조처럼 날아가
빛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상수리나무는 그때부터 木皮 안으로 빛을 키우며
나무들에게 숲의 운명을 빛으로 말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