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길 - 송인준 시집
4월의 비
TiGeR.K
2017. 9. 4. 08:34
4월의 비
4월의 비는
빗방울 맞이한 자리마다
악기소리가 나고
마른가지에 물오르는
꽃기운을 느끼게 한다
하늘은 대지에 숨겨 둔
움들을 싹 틔워 풀꽃을 가꾼다
꽃들에게도 몸짓은 있어
작은 꽃일수록
제 뿌리를 다해 흔들거나
열망의 보따리를 한 장씩 끄집어 흔든다
비오는 저녁 거리
흙덩이도 더욱 관대해져
길 잃은 개미에게도 발자국을 허락하고
내 몸에서 여문 꽃잎 한 개
툭 터져 나오며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