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길 - 송인준 시집
산당화
TiGeR.K
2017. 8. 3. 09:03
산당화
붉은 정념을 드러냈다
긴 밤 궁궐 깊숙한 규방에 갇혀
님 그리워 울던 조선 여인네처럼
바람 소리에도 두 귀 눈 뜨고
총총한 별빛 우러러
바늘로 쪼은 허벅지의 혈흔 모양
피보다 붉은 마음을 억제할 길 없다
아아 그러나
떠도는 님은 한 줄기 바람이거나
썰물로 빠져나가는 먼 곳의 바다리라
촘촘한 가지 잎사귀의 창살 틈으로
살포시 얼굴 내미는 꽃 고혹스럽다
너는 관능의 여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