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길 - 송인준 시집
빙판 골목길에서
TiGeR.K
2017. 7. 22. 12:49
빙판 골목길에서
포장마차 귀갓 길엔 어둠이 따라와 걷는다
간판 지워진 상점들을 지나 언 채 누운 길을 가면
낮은 지붕들이 엉겨 붙은 뒷골목
쥐 한 마리 날쌔게 건너고 남은 눈더미 길은
손잡이에 떠밀려 미끄러지는 길
자꾸 바람은 살얼음을 비집고 들어와
뼛속 깊이 묻히려 하고
앞서가는 희뿌연 달빛 속으로
늙은 주인의 골 기침 소리 흩어진다
아직 칼바람에 휘는 가로수 끝까지의 곡선만큼
주인의 척추는 포장마차 앞에서 휘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