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길 - 송인준 시집
저무는 빛
TiGeR.K
2017. 7. 21. 08:43
저무는 빛
저녁 해가 창가에 다가와
이제 어둡고 긴 밤을 맞을거라 한다
붉은빛이 내 초라한 방구석 옷가지와 책들을 비추며
기나긴 하루의 노역이 끝났다고 한다
아이들이 놀고 간 텅 빈 공원 같은 내 마음엔
온종일 희뿌옇게 덤불만 쌓였다
샌각하면 내 젊은 날은 키바이트 불빛처럼 잠시 빛나다
밥풀 같은 욕망도 사랑도 바로 사그라지고
남은 것은 조각난 꿈들이 허깨비 되어 어른거릴 뿐이다
나는 소리 없이 쓰러져 가는 황혼빛에 잠겨
바람이 안고 오는 울먹임에 귀 기울인다
어스름 밀려오는 창가에 서서
나는 지금 앞산 풀잎들이 두런거리는 소리 엿들으며
빈집의 적막에 몸을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