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길 - 송인준 시집
노숙자의 꿈
TiGeR.K
2017. 7. 17. 09:03
노숙자의 꿈
칼바람 부는 거리를 걸었다
얼어붙은 귓볼을 감싸며
어둠 속을 걸었다
갈 곳 없는 희망은
길을 잃고
심문가판대 밑으로 쓰러졌다
고단한 잠은
아스팔트 위에서
신문쪼가리처럼 흔들리고
사라진 시간들이
환경미화원의 빗자루에 쓸려
지하도로 흘러들었다
가판대 밑엔
화석같이 굳은 사내가
새우잠을 자고 있다
허름한 신문뭉치를
솜이불처럼 끌어당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