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GeR.K 2017. 7. 14. 08:52

서울 먼지

 

 

가로수 잎이 빛을 잃으면 나도 없어진다

나뿐 아니라 흙바람이 더하면 우리 모두 없어진다

지독한 먼지의 서울에서 먼지와 내가 일행으로 포개진 뒤

저 거리 모퉁이에 혼탁한 바람 불면

어느새 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능상 사무실엔 일회용 언행이 쏟아져서 헛된 바람이 되고

돌아서자 뿌옇게 탁해지는 우리의 만남과

웃을수록 더 깊은 골에 쌓이는 먼지투성이

그래서 세차장은 성업 중이고

오늘도 사우나탕은 초만원이다

가득 찬 욕망의 바람 불 때마다 나는 홀연 없어지고

좀처럼 나를 되찾으려 하지도 않는다

온종일 자동차와 사람이 뒤엉켜 삿대질 무성한 흙먼지 도시에

때론 콘크리트 위로 볼 수 없는 하늘이 사무쳐

그만 눈물 깊어지면

내 안에 내리는 청량한 빗줄기 될 수 있을까

먼지에 없어진 나를 되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