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GeR.K 2017. 7. 11. 08:39

두려운 기억

 

 

더러워진 손바닥을 부비며

나무들은 밤새 서서 용서를 빌었다

아니 나무들 근처에서 네가 숨죽여 울먹이고

기다린 다리를 끌고 어딘가 사라지던

네 발자국 소리로 소스라쳐 꿈 깬 뒤

뜬 눈으로 나는 아팠다

아침 젖은 나무들 사이 어디에도 기척은 없고

잔뜩 말을 삼키고 있는 그 나무들이 두려웠다

말들은 목구멍 속에 잠기고

그 좁은 길목 따라 길을 갈 때도

곁에선 나무들이 불쑥 손을 뻗어

나를 어둠으로 내동댕이칠까 두려웠다

나는 말을 삼키고 식은땀이 났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